베버리힐즈는 세계적으로 부와 명성을 상징하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급 저택과 럭셔리 쇼핑 거리, 그리고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과 호텔로 유명한 이 도시의 역사와 유래를 살펴보며, 어떻게 할리우드의 황금시대를 만든 도시로 성장했는지 알아봅니다.
베버리힐즈의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지역은 스페인의 지배 하에 있었습니다. 1781년, "로스 뽀블라도레스(Los Pobladores)"라 불리는 44명의 정착민이 현재의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발견하고 마을을 세웠습니다. 이 정착민들은 스페인과 멕시코의 혼합된 배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이 지역은 멕시코의 알타 캘리포니아(Alta California)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828년, 로스앤젤레스 정착민이었던 낀테로스(Quinteros) 가문의 후손인 마리아 리타 낀테로스 발데스 데 빌리아(María Rita Quinteros Valdez de Villa)와 그녀의 스페인인 남편 빈센테 페르난도 빌리아(Vicente Fernando Villa)가 현재의 베버리힐즈 지역을 발견하고 '란초 로데오 데 라스 아구아스(Rancho Rodeo de las Aguas)'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리아는 '베버리힐즈의 공주(The Princess of Beverly Hills)'로 불리며, 이 지역을 미국 정부로부터 지켜낸 귀족 출신의 패션 리더이자 멋진 라틴 여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54년, 마리아는 소유했던 지역의 일부를 벤자민 D. 윌슨(Benjamin D. Wilson)과 헨리 헨콕(Major Henry Hancock)에게 팔았고, 이후 이 지역은 "산타마리아(Town of Santa Maria)"라는 이름의 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1906년에는 '아말게메이티드 오일 컴퍼니(Amalgamated Oil Company)'의 버튼 E. 그린(Burton E. Green)이 석유를 찾아 이 지역을 매입했습니다. 하지만 석유 대신 풍부한 수원(水源)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버튼은 회사명을 '로데오 랜드 앤드 워터 컴퍼니(Rodeo Land and Water Company)'로 변경하고 이 지역의 이름을 현재의 베버리힐즈로 바꾸었습니다.
버튼은 땅을 분할하고 주택을 건설하여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베버리힐즈의 본격적인 부동산 개발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1907년에는 옛 지명인 로데오를 따서 로데오 드라이브를 비롯한 여러 도로들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개발로 인해 베버리힐즈의 땅값은 꾸준히 상승했고, 로데오 드라이브는 다양한 상점과 주유소, 뷰티샵, 서점 등이 들어선 비즈니스 상업지구로 성장했습니다.
베버리힐즈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20년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있습니다. 영화 제작자와 배우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베버리힐즈는 자연스럽게 부유층과 셀러브리티들의 주거지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찰리 채플린, 루돌프 발렌티노와 같은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곳을 선택하면서 베버리힐즈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1967년에는 '로데오 드라이브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드 헤이먼(Fred Hayman)이 로데오 드라이브에 최신 유행 부티크인 '조르지오 베버리힐즈(Giorgio Beverly Hills)'를 오픈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1968년 알도 구찌(Aldo Gucci), 1969년 '반 클리프 앤 아펠스(Van Cleef & Arpels)', 1970년 '비달 사순 살롱(Vidal Sassoon salon)'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차례로 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로데오 드라이브는 단순한 지역 상업 지구를 넘어 국제적인 수준의 명품과 패션 산업을 선도하는 상업 지구로 그 명성을 높여갔습니다. 이후 베버리힐즈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로데오 드라이브'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으로 유명 상권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베버리힐즈는 여전히 세계적인 부촌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럭셔리와 화려함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로데오 드라이브는 구찌, 샤넬,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즐비한 명품 쇼핑의 메카로 자리잡았습니다.
베버리힐즈의 또 다른 명소로는 베버리 가든 공원(Beverly Gardens Park)이 있습니다. 이 공원은 베버리힐즈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로, 도시의 녹지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1928년에 지어진 그레이스톤 맨션(Greystone Mansion & Park)은 과거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데, 웅장한 저택과 함께 넓게 펼쳐진 공원은 무료로 개방되어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베버리힐즈의 역사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되어 멕시코 독립, 미국으로의 편입, 그리고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거치며 형성되었습니다. 초기의 농업과 목축업 중심 지역에서 석유 탐사 지역을 거쳐, 현재는 세계적인 부촌이자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로데오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한 명품 쇼핑 문화, 할리우드 스타들의 거주지, 그리고 아름다운 공원과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베버리힐즈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베버리힐즈의 역사와 발전 과정은 단순히 한 도시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 미국 서부의 개척과 할리우드 문화의 형성, 그리고 현대 소비 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과 멕시코의 영향, 미국의 영토 확장, 할리우드의 성장, 그리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집결지로의 변모 등, 베버리힐즈는 미국 역사의 여러 단면을 한 곳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도시입니다.
오늘날 베버리힐즈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화려한 쇼핑가와 고급 주택가를 둘러보며 현대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적 흔적들을 통해 이 도시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베버리힐즈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미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대 사회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